지리산포럼

[지리산포럼2020] 지리산 로컬섹션 #2 산청 - 마을에서 만나는 발달장애 청(소)년

by 운영자 posted Dec 10, 2020 Views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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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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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지리산 로컬섹션 @산청

마을에서 만나는 발달장애 청(소)년 / 주관 : 우리多가치

with 우리多가치 x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x 오순도순사회적협동조합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이웃과 함께 놀고 일하며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마을을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 자리입니다. 산청에서 발달장애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며 자조모임을 꾸려가는 우리多가치, 성미산마을의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활동하는 오순도순 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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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와 인사]

 

# 산청 우리다가치

 

황은득 :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하다. 부담도 되고 기대도 된다. 저희는 발달장애 부모 모임에서 시작한 단체이고, 저는 대표 황은득이다.

김성애 : 사회복지 공부를 하다보니 ‘같이 산다’는 말을 알게 되었고, 공부를 하다보니 눈에 보이는 현실들이 있어서 같이 해볼까 하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저는 결혼을 안했다. 아이들이 어쩌면 제 볼모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같이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고, 그렇다면 그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임임순 : 저는 우리 아이에게 발달장애가 있어서 부모모임을 하게 되었다. 본업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있다.

 

 

# 남원 오순도순 사회적협동조합

 

윤수민 : 남원에서 왔는데 가깝더라. 산청은 처음 와본다. 남원에서 오순도순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고, 작년 여름에 만들어서 이제 뭘 할려고 하는 단계에 있다. 제가 대표다. 

서산남 : 저는 이사를 맡고 있다.

 

 

# 성미산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소피아 : 저희는 성미산 마을에서 왔다. 마을주민들과 발달장애 청년들과 부모들과 함께 청년허브를 만들었다. 제 별명은 ‘소피아’다.

타잔 : 저는 박은경이다. 별명은 ‘타잔’이다.

 

 

# 외부 참가자

 

김은영 : 저는 현재 화계 지역아동센터에서 긴급돌봄 일을 하고 있다. 우리다가치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제야 와보아서 찔린다. 청소년 관련 일만 하다가 아동 관련 일을 하다보니 쉼터나 위탁가정 같은 것에 관심이 많더라. 장애/범죄 아동/청소년이 있어서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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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 산청 우리다가치 / 대표 황은득 – 시민으로서의 발달장애인]

 

황은득 : 이런 발표는 처음이라 서툴고 두서없어도 이해 바란다. 나는 25살 발달장애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살아가며 고민을 하는 것처럼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둘러볼 기회가 적었다. 아이들 키우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원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무모하게 단체를 꾸리고 시작했다. 이 공간도 손수 청소하고 바닥깔아 마련했다. 정의를 내리자면 ‘우리다가치’는 발달장애인의 교육(사회적응, 일상, 습관개선 등에 대한 교육)과 자조모임 그리고 언제나 누구나 방문가능한 공간 제공을 위해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만든 장소/사무실이다. 정식으로 ‘우리多가치’이다. 현재 성인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교육 공모사업으로 요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기도 하다. 또, 지역연계 프로그램(인문도시 지원사업)을 통해 숲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인발달장애인의 건강유지와 생활활력을 높이고 있다. 동화책 읽어주는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복지센터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저희에게 찾아오니까 오지말라고 할 수도 없고, 우리가 자꾸만 다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해서 난감했다. 먼저 하신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정말 듣고 싶다. 

 

임임순 : 우리는 공간 운영 초기이고, 부모들이 모여서 열의만 있는 상태에서 체계없이 해나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했는데도 갈 곳이 없고, 성인이 되어서 교육을 하고 싶은데, 부모가 마음에 드는 교육이 기관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더라.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아이들에게 작고 별 거 아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교육을 해보자 하며 모였다. 법인이나 단체를 만들고 등록하고 싶었지만 쉽지만은 않더라. 아직까진 단체 등록도 안된 채로 끌고 온 상태다. 언젠가 우리가 보조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걸 위해서 이렇게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조받기 싫기도 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까봐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아직은 준비 단계에 있다. 작은 군단위에서 단체를 만들려고 하니까 경계의 시선도 있다. 지역 사회에서 갈등이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모임을 만들긴 했는데 돈이 없더라. 그래서 먼저 하신 분들이 사고를 다 치고(공간을 마련하고), 제가 나중에 들어온 거다. 3~400만원 주고 집기를 모두 구입하고, 그 중 상당수 필요없어서 헐값에 되팔아야 했다. 그런 와중에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1년에 300만원이지만 그게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그걸 계기로 한 명씩, 한 명씩, 오다 보니 이렇게 공간이 생겼다. 남부지역에는 이런 공간이 이미 있다. 하지만 이 곳 북부지역에는 발달장애인이 마음대로 올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래서 이 공간이 장애를 가진 분들이나 그들의 부모, 혹은 취약계층 주민들이 올 수 있는 곳이 되어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도 잘 운영되어야 할텐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다른 단체들을 컨닝할 수 있어서 좋다. 사부작에서 열심히 만든 자료도 나누어 주셔서 고맙다. 

 

황은득 : 이 곳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주말에 요리수업을 하고 있다. 나중에는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가는 것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다. 1인 가구도 있기 때문이다. 장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숲치유 프로그램도 주말에 운영한다. 나 같으면 평일에 일하고 나면 주말엔 쉬고 싶을텐데, 주말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나온다. 부모님들과 함께 나오기도 하는데, 부모님들이 더 좋아한다. 

 

우리 발달장애인들에게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배려의 대상으로 생각해달라는 거다.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말이다. 복지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다. 그러려면 우리안에서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항상 직업을 강요했는데 최근에 직업 교육이 아니라 ‘직무 교육’을 해야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를 과외시키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여가활동 자체를 어떻게 즐기는 지 모른다. 예절도 잘 모른다. 기초적인 인간관계 맺는 것부터 교육을 해나가면 좋겠다. 발달장애인끼리만 살 수는 없으니까. 우리 공간 안에서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상생활을 누렸으면 좋겠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있는 희망의 질량에 비례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다가치가 어떻게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힘이 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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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 남원 오순도순 사회적협동조합 / 대표 윤수민 – 오순도순 함께 사는 우리들]

 

산청에서는 발달장애 부모 자조모임을 시작했다고 하시는데, 저희는 치료사다. 치료사 역시 중요한 한 축이 되지 않나. 치료사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면 대비될 것 같다. 서울에서 남원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서울에서부터 언어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남원에 전화를 해서 언어치료사 모집하는 곳이 있냐고 했더니 없다고 하더라. 먹고 살 대책이 없었다. 처음에 혼자 언어치료 센터를 차려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5명 정도를 치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원은 8만명 인구가 있으니까 한 달에 한 명씩 수요가 늘어났다. 그 해가 가기 전에 감당이 안됐다.

 

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선생님도 많아지고 규모도 커졌다. 남원에는 느티나무 친환경 매장도 있다. 친환경 식재료들이 많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불편했다.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한거다. 아이들을 치료하러 아이들의 집에 갔을 때 떡라면에 김치를 먹는 게 일상이더라. 어머님 역시 발달장애인이었다. 아이들이 치료가 끝나도 집에 안가는 거다. 가는 방법을 모르더라. 처음엔 ‘집이 가까운데 왜 못가지?’ 했다. 일부 발달장애 아동 가정은 부모님들이 같이 취약계층이다. 아이들 머리에서 냄새가 나서 어머님에게 머리 좀 감겨달라고 하지만 매번 똑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토요일에 센터에 놀러오라고 했다. 그리고 머리감기 훈련을 했다. 머리 말리고 드라이하는 것 까지. 어떤 때는 옷 색깔 매칭하는 것도 서로 이야기하고 배우는 시간을 만들었다. 중고생, 성인까지 함께 했다. 같이 보드게임을 하고 놀이도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자꾸 왔다. 아이들이 ‘언제 또’ 갈 수 있냐고 하더라.

 

그러다가 개인적 한계에 부딪혔다. 돈을 벌어야하고 일도 해야하는데 혼자 그 일들을 다 감당하기 너무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1박 2일 캠프도 열기 시작했다. 너무 신났고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 캠프를 함께한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을 같이하자고 했다. 치료사, 보호자, 자원봉사자도 있으니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캠프 못하냐고 아이들이 자꾸 물어본다. 그 외에도 노래자랑, 만들기 프로그램도 했다. 또 아이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자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서 작은변화지원센터로부터 지원받아 성교육도 열었다.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고, 멀리 견학가서 교육 받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님 대상으로도 교육했다. 성인 발달장애인 중에는 엄마들이 있다. 친구가 없고, 남편이 술마시고 때리고, 남편이 수급비를 가져가서 돈을 안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본인을 무시하고, 혼자 어디를 못간다거나, 남편이 돈벌어 오라고 한다거나, 돈 벌어서 카페에서 친구랑 커피 마시고 싶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남원시에서 지원받아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즐기지 않고 남은 간식도 집에 가져가려고 하셔서, 결국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카페에서 다시 프로그램을 했다. 숲치유도 계속 해왔다.

 

지체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도움은 눈에 보이는데 발달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걸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학교 졸업 이후에 고립되어 친구가 없고, 갈 곳도 없고, 갈 줄도 모른다. 돈도 벌고싶어 한다. 그런 아이들이 산 속 깊이나 외딴 곳에 살고 있기도 하니 연습할 기회가 없는 거다. 개별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이 수용되는 곳이 없는 거다. 이것이 우리 현실이고 계속 과제이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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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 성미산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 대표 소피아]

 

산청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시작했고, 남원에서는 치료로 활동을 시작했다면 저희 포인트는 ‘마을’이다. 성미산 마을이라고 들어보셨을 거다. 저는 성미산 마을에서 지내다가 사정이 있어서 이사했지만, ‘성미산 마을에서는 발달장애인의 마을살이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성미산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부작’은 마을주민의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아들이 청년이고, 성미산학교를 졸업했다. 학교다닐 때는 마을에서 자주 봤는데, 졸업을 하니 잘 안보인다더라. 한 주민이 “아들 어떻게 지내?”라며 물어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마을과의 연결점이 없어졌다. 그런 것을 이야기했더니 마을에서 같이 고민해보자고 해서 사부작을 시작하게 됐다. 마을주민 두 분, 발달장애인 부모 세 분, 이렇게 6명의 활동가가 사부작을 조직하게 됐다. 2017년 가을에 시작했고, 마을 카페를 전전하면서 회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성미산 마을 센터이기도 한 마을 주택 1층을 얻게 됐다. 이런 곳에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을 때,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마을과 만나는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 공간의 보증금이 1억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돈이 없는 사람들끼리만 모였던 거다. 그래서 우리 중 한 사람이 SNS에 알림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작은 후원금부터 시작해서 1,000만원까지 큰 돈이 이자없이 모였다. 한 달 반 사이에 1억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덜컥 계약하고 2018년 7월에 입주하고, 아름다운재단의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서 지원받게 되었다. 마을이 만든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1층에 통유리창이 있으니 마을 주민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성미산마을학교는 10%의 장애인을 입학시켜 통합교육을 했지만 마을에서 어떻게 함께 지낼지 고민하지 못했던 거다. 그러나 성미산 마을의 강점 중 하나는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거였다. 우리 사부작의 공간 오픈하우스 행사를 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발달장애인이 살만한 마을은 우리가 살기좋은 마을이었다. 안전하고, 연결되어있고, 활동할 수 있는 곳, 편한 곳. 발달장애인을 훈련해서 비장애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건 너무 가혹하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발달장애인이 자꾸 활보하고 다녀서 마을의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익숙해져야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다. 주민들, 단체들과 관계맺고 그러다 활동이 만들어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부작은 그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래?’ 하다가 ‘옹호가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옹호가게’는 발달장애인이 편히 드나들 수 있는 가게다. 발달장애인도 손님으로서 환대하고 존중하는 가게다. 관계를 만드는 건 소통하는 법을 터득하는 거다. 그래서 가게에 들어가 단순히 옹호가게가 되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작년에 성미산학교 고등과정 친구들이 ‘무경계 프로젝트’를 했다. 관계가 이미 만들어져서 이미 발달장애인을 편하게 대하는 가게를 찾아 인터뷰하고 그 곳을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는 프로젝트였다.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서, 저희 유튜브에 계속 올렸다. ‘그냥 이렇게 하면 돼.’ 하는 마음이었다.

 

인상적인 인터뷰가 많았는데, 그 중 인상깊은 인터뷰 하나는 망원시장 인터뷰다. 망원시장에는 관광객도 많은데, 거기를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닭강정을 먹으러 가는데 이 청년(아들)이 처음에 왔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주문하다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돈을 지갑에서 꺼냈다 넣었다가도 하고. 그런데 ‘이 친구가 억지로 그러지 않는구나. 기다려주면 잘 할 수 있구나.’하고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는 인터뷰다. 손님들이 불평할까봐 불안했는데 이 손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인터뷰였다. 그렇게 생각한 후로 불안하지 않았단다.

 

이 옹호가게 프로젝트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계속 했다. 내년에는 마포구 민관협치 사업에 선정되어서 관과 함께하는 사업으로 더욱 늘려나갈 생각이다. 청년들과 함께 해나가는 프로젝트로 하려고 한다. 그 중에는 장애인식 교육도 있다. 따로 시간내어 강의하는 교육이 아니라, 청년과 계속 대상 가게에 가서 가게를 이용하면 그게 교육인거다. 그런 것을 활동비로 지급해서 할 수 있도록 체험교육으로 구성했다.

 

우리 목표는 마을의 길동무를 많이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가 다 해줄 수 없으니까. ‘길동무’라는 것은 어느 날 마을 카페에서 공연하는 걸 보는데 노래가사에 ‘길동무’가 있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발달장애인은 성장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 성장을 바라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길동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지금 그렇게 발달장애인과 길동무를 연결하고 있다. 모임도 만들어주고, 요가 지도자인 마을 주민에게도 길동무로 장애청년들을 연결해줬다. 성미산 마을에는 청년 1인 가구가 3가구 있다. 그 청년들과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기도 했다. 이것이 마을에서 청년들이 의미있게 살아가는 한 형태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을에서 청년들의 활동을 만들어나가는 일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서 만든다. 마포지역의 돌봄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가지고 같이 회의를 한다. 사부작 청년들의 활동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굉장히 많다. 서울에서는 공공일자리 정책과도 연결해서 꼭 직업을 갖지 않아도, 다양한 일이 활동으로 인정받으면 좋겠다. 비장애인도 모두 직업을 가지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방식을 갖고 살지 않나.

 

노동의 개념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은 존재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그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만들고, 활동비를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공일자리 사업과 연결해서 활동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아들과 저는 성미산학교와 연결해서 베이킹 수업을 하기도 했다. 아들과 제가 베이킹 강사로 활동하는 건데, 강사비를 아들에게 주는 거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반대했다. 그런데, 단순히 베이킹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내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지 않나. 생각을 전환하면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활동을 많이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만들지 못했지만.

 

마을에서 특이한 것은, 활동지원사가 사부작으로 많이 온다. 마을의 활동지원사들이 저희에게 찾아와서 같이 논의한다. 어려운 일이 있거나 일상을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할 때 함께한다.저희가 원하는 것은 마을 곳곳에 발달장애 청년들이 있는 풍경이다. 발달장애인의 말을 시로 만들고, 그 시를 노래로 만들고 마을 청년이 안무를 만들어서 6개 음원이 나왔다. 그걸 ‘사부작 뮤직’이라 이름짓고 공연하러 다니기도 한다.

 

장애인식 교육을 교육 한 번에 할 수 없다. 기존의 장애인식 교육을 잘못하면 ‘장애인은 이래.’, ‘그러니까 이렇게 대해줘.’라는 고정관념을 갖게하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그런데 저희를 초대해서 공연하면, ‘같이 춤추고 놀아보니 재밌네.’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아 그 때 공연했던 오빠’라고 기억한다던가 하는 것처럼 인식교육 100번 보다 훨씬 가볍고 좋은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 발달장애인들이 싸돌아다니는, 아무 때나 아무데나 다니는 풍경, 그리고 그걸 걱정하지 않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올해 우리는 활동 2년차인데, 크게는 문화만들기, 길동무 연결, 생태계 구축, 무경계 세상 만들기로 사업을 나눌 수 있고. 사람들에게 발달장애인을 계속 노출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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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발제가 끝나고 서로에게 궁금한 점,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모았다.

사회자가 비슷한 내용끼리 간추려 이야기 주제를 제안했다.

 

 

김한범 : 발달장애인이 자립하려면 마을에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소피아 : 온전한 자립은 누구나 할 수 없을 것 같다. 연립이라고 한다. 돕고 의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전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막 얘기해본다면, 저의 아들이 살아나가는 것을 상상해본다면, 활동을 지원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친구활동 지원도 받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내 삶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다양하게 지원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도 마을에서 자리잡고 살았으면 좋겠다. 독립도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아야하고, 필요한 만큼의 활동 지원을 더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생기는 공백은 마을이 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그게 조금 더 명백해지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복지관 같은 곳들이 다 관계를 끊고 중단시키고 고립시켜버린다. 그러나 마을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연결을 자꾸 시도한다. 마을의 연결도 촘촘해야겠고, 마을에 풀(pool)을 만들어놓고 필요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저의 지향점은 그거다. 예시가 없고 사례가 없고 지금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타잔 : 저는 마을에서 오며가며 청년들을 만난다. 물론 가장 물리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부모님들이 꿈꾸는 것이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본인의 취향을 밝힐 수 있고, 선택할 수 있고, 누굴 만나고 어딜 가는지 말할 수 있는 생활의 질을 위한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년 가까이 내가 발달장애 청년들과 친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옹호명함을 만든다고 하면 내가 도와드린다고, 같이 하겠다 했고, 제가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저는 같이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부작 하면서 생각해보니 그건 그저 예의적인 인사였다. 그래서 지금은 사부작을 하면서 어떤 것이 관계를 맺고, 이 사람을 지역에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그래서 마음은 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중간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의 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꼭 물리적 독립뿐만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살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남 : 제가 질문 낸 것과 통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지역민과 어떻게 발달장애인이 통합될 수 있는가 하는게 내 질문이었다. 우리다가치를 함께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청년 활동이 대부분이다. 하다보니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도움없이, 우리와의 상호작용 없이는 여기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모임을 가지고 어떤 만남을 할 수 있을까. ‘끼리끼리 가면 돼지.’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한데 발달장애인 끼리만 말고, 여기 지역 행사라던지 그런 곳에 우리 아이들의 의지로 찾아가거나 섞일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타잔 : 처음에는 자조모임에서 청년과 저희만 만났다. 그러면 ‘오늘은 뭐해요?’ ,‘몇시까지 해요?’ 물어본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은 아니었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나중에 젊은 또래 청년들과 연결을 가지게 되면서 엄청나게 활력이 생기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들이 나가고, 절대 일요일은 나올 수 없다고 했는데, 또래 청년들을 만나면서 10여 년 만에 약속을 하고 나오기도 했다. 동력이 생긴거다. 계속 부모님들과 같이 다니다보니까 취향이 어른인 청년들이 많다. 그런데 숨겨진 욕구가 많았던 거다. 노래방 가서 신곡 부르고 싶고 그런 것들 말이다. 자전거 타고 치맥도 하고 싶었던 거다. 또래가 생기면서 활력 있어진다. 지금도 코로나 때문에 모임을 잘 못하게 되면서 온라인으로 하게 되었다. 줌으로 회의하는 것이 어렵던데, 저희가 들어설 자리가 없게 새로운 방식들을 또래끼리 개발해서 만나기도 하더라. 그런 것들이 우리 수준에서 짜내는 것이 아니라 또래에서 같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들이 필요한 것 같다. 시작은 만들어주어야겠지만, 그런 재미있는 지점을 찾아가면 좋겠다.

 

임임순 : 발달장애 청년들은 이미 대상이 정해져있고, 연결해야하는 새로운 청년 길동무들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하다. 자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도와주거나 같이하고 싶다는 동참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인데, 길동무를 어떻게 찾으면 좋은가.

 

김한범 : 자꾸 이야기가 확장되어서 잠시 정돈해보겠다. 방금 나눈 이야기는 지역 속에서 어떻게 발달장애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 연결된 것 같다. 그런 것을 위해서 세 모임들은 제가 정리하기에는 마을에는 해줘야 할 역할 중에서 허브역할, 중심역할이 되고 계신 것 같다. 각 단계별로 마을과 밀접하고 많은 연결을 하고 있거나, 시작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보인다. 이용 가능한 활동 모든 것을 개발한다기 보다는 우리가 중심지가 될 수 있는, 허브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이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메우지 못하는 부분들을 지금의 단체들이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할에 집중해서 계속 이야기나누면 좋겠다.

 

임임순 : 길동무들이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소피아 : 성미산이어서 가능했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 마을 활동이 활발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망이 풍부하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하겠다고 알리면 관심가지는 분들이 있다. 우리가 그 분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 성미산 마을학교 출신의 청년들 중에서 관심있는 청년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저희가 받아들이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원봉사처럼 생각할 것이라면 아예 안하는 게 낫다는 거다. 그게 오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성미산 마을의 단점은 대부분 가족중심이고 마을 전체가 알고있으니 보호적이라는 거다. 대구 안심마을에 가서 발달장애 청년들이 맥주마시고 노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너무 잘 알고 보호적인거다. 간단히 예를 들면, 청년들 대우를 하지 않았던 거다. 너무 순종적이고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 현상이 자조모임에서도 지속되더라. 청년들과 그룹을 만들어 나가도 계속 활동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저희가 빠져나갈 틈이 조금 없었다.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온라인 만남을 통해 진정한 관계의 자립의 계기가 된 것 같다. 자폐 성향의 청년들도 있어서 처음에는 지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에 집중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온라인 화면 속에는 집중을 잘 할 수 있었다. 연습이 필요할 거라는 고정관념으로 한 사람씩 만나게 하자고 했는데, 우리 기준에서 자꾸 판단하고 있었다. 몇 번 모임을 진행하면서 저희가 빠지고 그 친구들과 직접 관계를 맺기 시작하게 된 거다. 적극 알아보고 내보여야 하는 것 같다. 이 곳에도 활동, 축제가 있을 때 자꾸 내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계속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다. 자꾸 이렇게 하다보니까, 청년이 운영하는 단체가 있는데 어떤 활동이 있을 때 사부작 청년들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물어보기도 한다. 우리는 쉬운 안내문구를 만들면 좋겠다고 알려드린다. 그러면서 이젠 저희가 좀 튕기기도 한다. 마을에 계속 노크하고 두드린게 10년이 넘어가는데 이제 조금씩 싹을 틔우는 것 같다. 

 

김한범 : 오순도순에서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오순도순 : 지역과 어우러지는 건 아직 못했다. 남원시내가 아닌 면단위에 살고 있는데, 꿈을 꾸는 것은 지원의 대상으로 계속 있지 않는 거다. 이들에게 적합한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골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마을 곳곳에 살면 어떨까 생각한다. 농장에서 아주 손쉬운 일을 함께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계속 빵과 커피를 만들게 하는데 그것 좀 그만하면 좋겠다. 발달장애 청년들에게도 귀농귀촌이 대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안전하기도 하니까요. 마을 단위에서 공동체든 뭐든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피아 : 무엇보다 기본소득이 먼저 되어야 할 것 같다. 

 

김한범 : 빵과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는다. 그들에게 제빵이나 바리스타를 하고싶은 지 물어보고 동등한 개체로서 상의해가는 과정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서 필요한 장치에 대한 이야기 다음으로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단체의 자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 보면 어떨까. 우리다가치에서 다른 활동가들은 활동비를 받으시는지 질문하셨다. 

 

소피아 : 처음엔 안받았다. 

 

김성애 : 그 처음의 기간은 얼마나 되었나?

 

소피아 : 한 1년동안은 안 받았다.

 

우리다가치 : 지금 저희도 그렇다.

 

소피아 : 저희가 나고야 와빠라는 공동체를 갔다왔는데 수 십년 전 분들이 그대로 계시더라. 활동가들이 나이들면 누가 이 일을 하는가 생각한다. 우리는 신나서 하는데, 어떻게 젊은 세대에서 우리같은 사람들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 어느날 내가 못하게 되면 이 마을에서 우리처럼 이렇게 재밌어 죽겠는 사람들이 있을까? 고민이고, 지원 사업이 끝났을 때는 활동비를 줘야 이런 사람들이 생기는데 활동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다.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70명 정도의 후원회원이 있는데, 우리 단체를 후원금으로 유지하려면 300~400명의 후원회원이 필요하다. 그럼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모집할 지가 저희의 화두이기도 하다.

 

미남 : 보통 저희같은 비등록 단체로 있다가 협동조합 형태든 법인 형태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운영비 확보에 있는데, 그런 운영비를 받지 않고, 운영비 외에 우리가 순수하게 어떻게 운영비를 마련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가 궁금했다. 최근 군청에서 열린 대화 자리에서 ‘복합기 하나도 스스로 못 사는 장애인 단체’라는 말을 듣고 깊이 생각하게 되더라. ‘지원없이는 우리는 정말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아 : 운영비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생각이 있나?

 

미남 : 현재는 황은득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 수익으로 마련하고 있는데, 고정적이지는 않다. 장애 아동 방과후 돌봄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은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인건비를 마련하기는 어렵더라. 그래서 활동비는 아예 생각하지 않고 운영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다.

 

수민 : 오순도순은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기부금 영수증 처리가 되는 공익단체다. 방과후 서비스로 최소 경비를 마련한다. 남원아동발달센터는 제가 영리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조직이 커보이지만 내실은 없고 돈도 없다. 시간과 에너지, 인건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소피아 : 후원해달라고 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걸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는데, 장차연(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이 일은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거다. 좋은 일에 당신도 참여할 기회를 갖는거다.’라고 생각하고 강력히 권하더라. 와닿았다. 상근 활동가도 계속 필요하더라. 이런 활동하면서 다른 데서 돈을 번다는 게 힘든 일이지 않나. 이 일에 집중하고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포섭하라는 건데, 어려운 일이지만 그 말씀의 취지는 알아듣겠더라. 

 

김성애 : 후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후원을 하려는 분들도 많은데, 오히려 일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후원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월 5천원은 기꺼이 다 내어주더라. 우리의 고정관념이 있었더라.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우리들도 끼리끼리 다니는데 아이들은 조금 더 잘하길 바래서 끼리끼리 안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가 보기엔 아이들의 자립도 잘 되는 것 같다. 사회성이나 문제해결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말이다. 비장애 아이들을 보면 너무 풍부한 도움 때문에 문제 해결력이 좀 더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한테 경험의 폭을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김한범 : 후원인 확보가 꼭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설립하면 좋을까? 설립하면 어떤 점이 좋고 아쉬운지 서로 궁금한 것 같다. 이렇게 활동하는 분들이 속된 말로 장사를 잘 못하신다. 입이 잘 안떨어진다. 그건 우리가 ‘이렇게 해야죠.’ 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책임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큰 활동을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모든 이야기를 나누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다른 질문은 장애자녀를 기를 때 비장애자녀가 함께 있을 때 어떠셨는지, 그리고 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직무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중 ‘직무 교육’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보자. 어떤 역량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

 

황은득 : 발달장애 청년들도 모두 다 다른데, 다 같은 교육을 시키니까, 적성 찾아주는 것을 해야한다고 말은 하지만 커피와 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언행일치가 안되는 것인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윤수민 : 장애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한 일일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일들을 시킨다. 직업교육을 하면 나사 조이는 일을 했다. 업체에서 가져오는 것은 편지봉투 붙이기, 박스 붙이기 같은 것이었다. 단순하고 오래 걸리는 일을 시키고, 납기일을 겨우겨우 활동가가 맞추기도 했다. 남원에 와서 보니까, 특수학교에서 빵과 커피 만드는 교육을 하더라. 그래서 다 카페를 만들겠다고 하는거다. 왜 그것 밖에 없는걸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다. 단순한 일을 시키려고 하는 거다. 각기 다른 능력이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않고, 가장 단순하고 하기 쉬운 일들을 발달장애인들에게 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장애 부모나 단체들에게 요구할 것은 이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도록 하는 거다.

 

김한범 : 아까 말씀해주신 사례와 같이 강사로 채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소피아 : 공공일자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활동을 만들고, 활동비는 국가가 지급하라는 거다. 인상에 남는 장면을 말씀드리면, 일본 어느 공동체에서 본 것인데, 일을 잘하는 청년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사지를 거의 못 움직이시는 분이셨다. 이 분이 하는 일은 도시락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넘겨서 주는 일이다. 극단적인 예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 붙이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상표를 붙이면 된다. 우리는 어떤 일을 맡길 때, 일하는 시간을 정하게 하고, 무슨 일이 좋은 지도 물어보고, 그렇게 했다. 그랬을 때 관계와 분위기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같이 생각해서 만들어내고 협업하고, 나라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윤수민 : 저는 직업이 적극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피아 :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가 말하는 ‘활동’이 윤수민 활동가가 말하는 ‘직업’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제가 말하는 필요없는 ‘직업’은 구태의연한 본래의 직업들을 말하는 것이다.

 

김한범 : 보통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이야기되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 가치를 이야기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이야기하신 것 같다.

 

소피아 : 지역의 단체와 기관들과 함께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딪힐 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해보면 되는 거다. 어르신들 약국에 약을 가지러가기 몸이 편찮으실 때 약을 가져올 수도 있는 거다. 생협의 물품을 배달할 수도 있다. 마을을 잘 들여다보고 그들이 일원이 되어야 하는 거다. 굉장히 많은 관계를 맺어야하는 거고. 그런 일들을 만들어내고 활동으로 인정받게 하고, 그걸로 돈 받게 하고요. 

 

임임순 : 어떻게 일을 수행하고 활동비를 준다는 건가? 일자리 사업을 말하는 것인가?

 

소피아 : 단체에 비축된 돈을 활동비로 사용하게끔 하는거다. 공공일자리를 만들어내면 되는거다. 저희 아들이 졸업하고 할 것이 없을 때 계속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우리 아들이 여기 있다.’고. 그래서 마을 되살림가게에 가서 두 시간씩 같이 있었다. 발달장애인들이 꽃밭에 물도 줄 수 있고, 할머니들에게 물품을 배달할 수 있다. 요양병원이나 노인공동체도 마을 안으로 자리잡아야 하는데, 약자 챙겨주는 걸 잘 하는건 자폐인들이다. 그럼 그들이 약 나누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런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한범 :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식적인 자리는 이제 마무리 짓는 게 어떨까 싶다. 네트워크를 갖고, 계속 교류하고 연결해나가면 좋겠다. 그것이 이 모임의 취지이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진행 | 김한범

기록 및 정리 |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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