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포럼

[지리산포럼2020] 10/21 로컬, 지역, 청년, 과연 잘 살까? #4 - 지역, 업, 관계의 경계에서 지도 그리기

by 운영자 posted Dec 08, 2020 Views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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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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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로컬, 지역, 청년, 과연 잘 살까? #4

지역, 업, 관계의 경계에서 지도 그리기

- 민재희 (의성군 이웃사촌지원센터 도농연계 팀장)

 

어쩌다보니 지역에 이주하고자 하는 도시청년으로 사업을 제안하고 수행하는 사람이었다가, 때때로 지역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이었다가, 지금은 도시청년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만들고 집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역할과 관계망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움직여온 지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느슨한 학습자에서 촘촘한 행정가로 

 

2020년 의성군 주민으로 의성군 이웃사촌지원센터에서 도농연계팀장으로 일하기까지, 2017년부터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진주 – 목포 – 홍성 - 의성까지 많은 활동이 쌓이고 이어지면서 지금 여기에 있다.  

 

좋은 결정,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시스템에서 경쟁하는 삶을 살다가 이렇게 움직이게 된 계기는 서울에서는 여전히 독립할 수 없는 사람, 저녁이 없는 삶, 적당히 사는 삶에서 업의 지속가능성과 행복함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구체적인 방법이나 연결고리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퇴사 후 하자직업학교의 학습자로 시작, 생태, 농업, 적정기술 등 나에게 맞는 삶을 찾고 잘 꾸려가는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지역살이를 결정하게 되었다. 좋은 가치들을 말이 아닌 몸을 움직여 실천해 보기로 했다. 진주에서의 팜프라 창업도 이런 맥락에서 실행되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과 창업, 실험, 정책 제안과 다양한 참여를 통한 수행자와 제안자로 지내게 되었다.  

 

1년간의 경험에서 이 일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이 경험은 그동안 사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게 지역에서 살기 위해서는 사업을 해야 하고 행정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하자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전환을 위해 여성, 적정기술을 키워드로 여성과 기술을 연결하는 활동과 기술문화를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속에서도 계속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은 계속되었고 2019년 홍성에서 운영하는 <별의별이주> 프로그램에 지원해 참가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진주와 서울, 홍성에서의 모든 활동들이 계속 의성이라는 지역과 연결되었다. 의성 공무원의 적극적이고 인간적인 면에 감명을 받아 의성으로 이주하고 중간지원조직에서 행정가로 사업을 만들고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느슨한 학습자에서 프로그램의 수행자와 때로는 제안하는 단체의 일원으로, 지금은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행정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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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음

 

 

참여자의 입장에서 본 별의별 이주 지역살이 

 

참여자의 위치에서 본 별의별 이주 지역살이 프로그램은 상시접수와 거주지역과 기간을 참여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담당자의 입장에서 이 시스템은 아주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다.

 

현장 매니저가 지역 내에서 참가자와 지역민 사이에서 통역과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므로 짧은 거주 기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경험과 관계망이 만들어지게 된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지점은 캠프나 현장체험이 아닌 삶의 터전을 경험하면서 관계가 확장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 참여자로서 만족도 못지않게 담당자의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설계라 할 수 있다.   

 

별의별 이주의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밥 먹고 일하고 저녁에는 공부로 구성되며, 이웃 농장과 관련 기관 방문이나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별의별 이주에서 사업총괄매니저는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는 반면,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참여자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지역매니저가 업/ 농업기술의 습득, 마을과 공간 탐방, 지역민들과의 관계를 촘촘하게 이어주고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별의별 이주의 참여자로 다양한 세대와 농업 형태, 관계성의 공존이 지역 안에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안전한 관계망 (외부인이지만 내부인듯한 지역일원으로서의 관계망) 구축은 다음단계로의 연결고리가 되고 지역에서의 삶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이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이미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연결된 활동, 보조금 사업을 위한 사업계획서의 검토는 현장과 밀착된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다.

 

 

담당자로서의 지역살이, 의성 살아보기 - 청춘구행복동 

 

의성에서는 <청춘구행복동>과 <예술가 1촌 맺기> 두가지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춘구행복동>은 15인 6주 동안의 지역살이 후에 4주 동안 지역자원을 이해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캠프 프로그램이다. 가장 큰 장점은 지역에서 살아남는데 필요한 또래집단과의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주거문제를 개인이 아닌 행정에서 다리를 놔주고 관계망을 지원하면서 적극적인 정보공유와 참여자들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역에서 생활할 때 가장 큰 문제인 생활비와 교통수단을 지급한다.

사과와 자두 수확, 마늘 작업을 돕기, 자립을 위한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지역민과 어울리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고 판매하는 장터를 열기도 한다. 각 행정 영역의 계장들과 지역정착을 위한 간담회를 열면서 행정과의 관계망을 만들기도 한다.

 

별의별 이주에서 지역매니저의 역할을 청춘구행복동에서는 이웃사촌지원센터가 담당한다. ‘운영주체가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풀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행정과 운영주체, 주민과 참가자 사이에서 중간 통역지대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주거와 교통, 지역내 청년활동 부재, 농촌기반의 청년 사업들의 생애주기별 로드맵 부재 등은 도시청년들이 지역에서 겪는 애로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또래 청년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농촌지역이 삶의 터전으로 가능한지, 지역민과 행정의 협조가 되는지, 관계안정망을 구축하면서 지역살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실제 캠프에 참가한 15명 중에 9명의 청년이 지역에 남아 다양한 일과 예술 활동, 창업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예술가1촌 맺기>는 마을의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18개팀이 1~4개월 간 거주하면서 새로운 예술 거점지로 지역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마을 내 활력과 문화 활동을 발굴하고 마을 주민이 아는 예술가, 돌아올 고향이 생긴 예술가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지급해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5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정기적으로 모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마을 주민들과 예술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다양한 문화 활동들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여전히 주거와 교통은 참가자들의 큰 애로사항이다. 문화재단이 있지만 지역단위의 문화 예술활동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것, 예술가들이 마을 내에서 생활면서 생기는 마을과의 갈등 관리이나 통역체계가 부족한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긍정적인 측면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와 지역을 이해하는 경험의 확장, 문화 갈등 해소와 서로간의 이해를 돕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로컬-지역-청년을 위한 정책에 사람을 담고 있는가

 

결국 지역에서의 청년정책을 위해 중앙정부는 청년의 특성에 맞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역정착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고,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로드맵 설계와 정책 간 부서별 칸막이나 정보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청년통합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

 

선주민과 유입청년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중간지원 기관의 역할,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고 통역하고 완충해주는 개인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의 지원이 중요하다.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으로, 중간지원기관의 통역가로 그 경계에서 ‘행정의 정책이 과연 사람을 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참여자와 설계자, 도시와 농촌, 외지 청년과 고령 원주민사이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이 필요하고, 도시에 지친 청년들이 지역으로 가서 좋은 관계를 맺을 거라는 기대는 무리다. 둘 사이를 연결하고 통역하는 중간지원 조직과 소통을 위한 서로간의 인식과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 

 

로컬지향 청년이 과연 잘 살까?라는 질문에 ‘서로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되묻는다. 공급자와 수혜자의 인식에서 상호작용자와 상호호혜자로의 인식 전환과 서로의 문턱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고, 친절한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 위치와 시야의 변화가 정책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년이든 정책이든 실험-만남-실패와 갈등-수정과 보완-연결의 과정이 중요하다. 

 

지역은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실험장이다. 청년도, 정책도 능동적이어야 하고 특히 정책은 서로를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서로 만날 준비를 하고 태도를 갖추는 것, 그것이 정책에 담겨야 한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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