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포럼

[지리산포럼2020] 10/21 로컬, 지역, 청년, 과연 잘 살까? #3 - 로컬에서 더 나은 이야기 만들기

by 운영자 posted Dec 08, 2020 Views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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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10/21 로컬, 지역, 청년, 과연 잘 살까? #3

로컬에서 더 나은 이야기 만들기 - 안진나 (HOOLA 대표)

 

대구 북성로에서 만들어진 훌라(HOOLA). 익숙하고 관성적인 기존의 이야기 너머 새로운 이야기,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문화활동이라 생각합니다. 이 활동을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서 해 나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들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일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과 돈은 꼭 짝꿍이어야 할까? 다시 질문을 던진다. 

일은 내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과 관계된, 삶의 일부이고 삶을 만드는 과정이다. 일의 목적은 내가 살고 싶은 세상,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한 일상의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드러내는 목소리이고, 나의 이야기가 된다.   

 

 

북성로에서 인생을 배우다

 

우동불고기 포장마차로 유명한 밤의 얼굴, 한강이남 최고의 산업공구거리로 알려진 대구 북성로와의 인연은 2001년 고장 난 카메라 삼각대를 고치기 위해 찾아간 작은 볼트 가게에서 시작된다. 작은 볼트 하나로 기적처럼 고쳐진 카메라 삼각대와 그 감각을 가진 사장님을 통해 북성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감각을 잃어가는 우리가 만난 작은 자유라는 감정을 가지게 했다.  

 

북성로를 알아가기 시작한 지 10년, 그 때의 감정이 지금까지 북성로에 남아 있게 한 힘이 되었다. 지도를 만들고, 직접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동성로에 비해 대구사람들도 찾지 않는 북성로의 탄생과 식민지도시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한국전쟁을 겪고 산업화거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하고 아카이빙하면서 북성로의 역사를 정리했다.

 

재생사업 일을 하던 시기에 식민지 시도의 건축물 적산가옥을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낯설게 보고 현재에 맞게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했다. 오랜 시간 방치된 공간들을 북성로 공구박물관을 시작으로 현재 북성로에는 3~40개의 리노베이션한 건물들이 있다.

 

북성로 사람들의 자부심이 담긴 ‘북성로에 가면 탱크를 만든다.’라는 말을 기술자들과 함께 공구박물관 개관식에 맞춰 탱크외형을 만드는 작업으로 실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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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음

 

 

 

손으로 만드는 미래를 북성로에서 찾는 manufuture

 

이 과정에서 북성로 사람들, 기술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질문하며 북성로 사람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정규교육이나 체계적인 기술 전수가 아닌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에서 시작한 현장에서 터득한 삶의 기술과 지혜로 다져진 북성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을 배웠다. 

 

‘이 사람들과 이 지역을 삭제하지 않고 지켜나갈 수 있을까?’ 단순히 오래되고, 건축물이 남아있는 북성로가 아닌 도시와 지역에서 북성로가 갖는 의미와 삭제하지 않고 이어가야 할 이유를 찾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농축된 시간의 레이어로 압축된 도시적인 DNA의 보물창고 북성로를 직관적이고 멋스럽게 관찰하고 기록하고 해석하고 계승하는 콘텐츠로 제작, 감동의 단계로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단순한 공구거리가 아닌 북성로 기술생태계를, 드러나지 않지만 거대한 기술생태계를 움직이는 기술자와 기계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손기술의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2016 메이드인 북성로'는 북성로 기술생태계의 주민과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누군가가 만날 수 있는 북성로 기술생태계 주민협업공모전이다. <북성로공구빵>은 북성로의 주물기술자와 청년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주물공구빵틀로 빵을 만들어 대구대표 빵집으로 순항중이며, ‘manufuture 북성로’를 슬로건으로 북성로와 시민들이 만나는 워크숍과 축제가 계속 운영되고 있다. 

 

 

도시재생의 현실에 맞서는 HOOLA의 놀이

 

2017년 북성로 인근지역에서 도시재생이 시작되었다. 무분별한 개발의 대안이 아닌 새로운 개발을 위한 철거와 건설이 반복되는 일종의 터무니없는 재생, 도시재생의 현실은 계속 개발이었다. 

 

도시를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소비적으로 사용하는 현실에 대항하기 위해 훌라 HOOLA가 탄생했다. 북성로에서 연구자로, 문화기획자로, 예술가로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만나 같이 걷고 찾고 만들고 놀고 재현하고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같이의 가치'를 아는 훌라는 북성로 기술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고 도시를 제대로 사용하는 터무니 있는, 터무니 잇는 작은 실험들을 하게 된다. 업사이클링 악기와 북성로, 구제패션 퍼포먼스가 결합된 업싸이클링 뺀드 훌라의 씽스트리트 북성로 뮤직비디오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돈이 있어서 한 게 아니라 재미있자고, 쉽고 재미있게 놀면서 콘텐츠를 만들었더니 우리도 좋고 사람들도 즐거워한다. 그래서 놀이가 중요하다. 세상이 어떻게 가든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플레이 하자!”

 

 

도시를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을 탐구하는 훌라만의 활동이 본격화된다. 도시의 숨겨진 공간을 탐사하고 지역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들, 도시에서 재미있게 살기 위한 새로운 작업들은 대구를 넘어 프랑스, 이탈리아로 이어졌다. 

 

‘서울 VS 지방’이 아닌 ‘로컬 VS 로컬’로 대등한 관점에서 서로를 흥미롭게 탐색하는 활동을 지향한다. 디스커버리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의 폐허를 찾아가는 프로젝트, 이탈리아에서는 지역을 점거한 자율공동체를 찾아 그들과 네트워킹하고 인터뷰하며 도시의 이슈를 공유하는 작업들로 이어졌다. 

 

 

놀이터로서의 도시콘텐츠, 나의 이야기로 계속되어야 하는 것들

 

훌라는 다음 단계로 우리의 놀이터가 되는 도시의 경험을 확산하는 공유콘텐츠를 만들고 돈이 되지 않더라도 도시를 소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고 있다.   

 

도시탐사대, 기억탐사대, 아카이브 프로젝트 등 훌라가 시도하고 좋았던 것을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함께 하고 싶을 때 공모사업에 지원과 지자체와 협력해 사업화한다. 사회혁신가성장 아카데미 변방의 전술가들, 중요한 수익사업인 업사이클링 악기제작, 공간위탁사업과 전시, 공연과 축제로 기술장인들과 주민들이 만나는 장을 만들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실험과 시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지금도 북성로의 아파트 재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훌라의 결론이다. 현재는 코로나19와 연결해 전염병처럼 퍼지는 파괴와 철거현상을 다루는 <팬데믹 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와 제작활동을 연결해 도시를 재발견하고 재직조하는 놀이적 재생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돈을 경유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것들, 관계 자본으로 도시를 사유하고 전유하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길들여지지 않은 도시의 야생적인 사이클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 더 좋은 이야기, 더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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