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활동자료

[남원/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 #11 아름다운 세상을 엮어가는 착한 손 - 개인작업자 들꽃

by 운영자 posted Mar 30, 2021

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 <듣는 자리>


 

[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는 2020년 상반기 작은조사 지원사업으로 지원한 조회은 님의 '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 <듣는 자리>' 사업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남원시 산내면에서 직조 공방을 운영하며 수공예 작업자로 살고 있는 조회은 님은 주변의 다른 작업자들은 어떻게 삶을 꾸리고 있는지, 작업이 경제활동에 보탬이 되는지 호기심이 생겨서 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수공예작업자들이 조사자의 '우리동네'인 남원시 산내면에 살고 있는지 알아보고, 작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2020 상반기 일반공모지원사업 (작은조사 부문) 선정 대상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엮어가는 착한 손, '일상예술가'

개인작업자 & 산내들 방과후학교 교사 '들꽃'을 만나다

 

 

 

내 삶의 주인이 되려면 의식주에서부터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고, 스스로 길러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들꽃3.jpg

(사진 1 : 아이들과 염색 수업을 하고 결과물을 전시했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2017년부터 산내에서 살고 있는 장은희, 별명은 들꽃이다. 

 

 

2) 어떤 수공예를 하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07년 즈음 대안교육공간에서 교사하면서 시작한 것 같다. 수공예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까. 그 대안학교는 발도르프교육을 지향하는 점이 있어서 손끝이 따뜻해지는 작업들, 수공예 작업들, 털실 작업을 많이 했다. 수업을 위해서 시작했다가, 대안적인 삶에 대한 관심으로 넓어졌다.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삶에 대해 고민들을 했다. 내 삶의 주인이 되려면 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공산품보다는, 의식주에서부터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고 스스로 길러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만들어서 써보자’ 라는 마음으로 흘러갔다. 발도르프 교육철학에서는 교육행위 자체가 예술이 되는 것과 주위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아이들이 자유놀이를 하고 있을 때도 교사는 옆에서 바느질, 뜨개질을 하고 있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수공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결혼하면서부터다. 부모와 함께 살 때와 달리 결혼하면서 내 살림을 내가 꾸리니까. 결혼 준비하면서 혼수 1호로 만든 것이 티셔츠얀(헌 티셔츠를 잘라서 만든 실 모양 재료)으로 만든 패브릭 러그였다. ‘문화로놀이짱’에서 재활용 나무로 스툴을 만들기도 했다. 집이 작으니까 기성품을 들이기는 힘들고, 예쁘게는 하고 싶고.

 

최근에는 방과후 교사로 수공예 수업도 하고, 내 아이를 기르고 살림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과의 수업 샘플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내게도 재미있게 느껴지면 더 해 보기도 하고, ‘팔아도 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요즘은 낮잠 이불, 파우치, 장난감 등등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이 아주 많으니까, 쉽게 인터넷에서 살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시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목화솜 이불을 뜯어서 낮잠 이불 만들어주고, 에코백에 끈 달아서 어린이집 가방 만들어 주고, 물병 주머니를 코바늘로 만들기도 하고. 아이가 “만든 거 말고!” 라고 하면서 이제 약간 싫어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내 만족이나 재미를 위해서 만드는 것만은 아니고, 너무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도 배우고 알았으면 했다. 장난감도 캐릭터 상품처럼 산업적으로 규모화된 것들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대신 뜨개 장난감처럼 다른 장난감을 만들어 주거나 ‘이렇게 놀 수 있고, 이런 장난감도 있어.’ 라고 알려주고 있다.

 
 
 

“에코백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바느질을 하기 위해서 또 에코백을 만드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들꽃2.jpg

(사진 2 : 거실 한편에는 작업 도구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3) 작업공간, 또는 판매공간은 따로 있나요?

 

집에서 일정 부분은 내 공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실이라는 곳이 어떤 공간이냐’에 대해서 남편과 이야기하는데, 우리에게는 거실이 사부작대면서 책도 보는 공간이다. 작업과 관련된 바느질 용품, 카빙 칼, 천 등을 거실 한편에 배치했다. 수납장 하나가 작업 도구의 자리다. 위에도 일부러 자수 책, 공예 책을 골라서 올려 두었다. 방구석 나만의 작업실.

 

 

4) 수공예품을 어떤 방법으로 알리고 있나요?

 

아이들과 수공예 수업을 하니까, 방과후 아이들과 작업한 작품은 전시를 한다. 수공예품, 목공예품, 수채화 등인데 전시할 때는 포스터를 만들고 산내 마을에서 관심 가질만한 밴드, 커뮤니티, 개인적 연락망을 통해 홍보한다. 그건 그냥 수업으로 하는 거고. 이게 수공예 작가들과의 차이인 거 같다. 예를 들어 작가들이 그 행위를 즐기고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그린다면, 나는 필요에 의해 만들고 전시한다. ‘만들기 행위’를 위해서 만들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에코백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바느질을 하기 위해서 또 에코백을 만드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나한테 필요한 걸 하나 만들었으면 족하다. 지금은 일도 하고, 육아도 하고, 살림도 하고 해서 ‘에너지의 여유가 있으면 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지금은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구현하는 걸로 나름 충분히 해소가 된다. 어떤 사람은 자기 작업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수업으로 풀어내는 게 재미있을 수 있고.

 

 

 

왼손은 오른손을

오른손은 왼손을

서로 도와가며

아름다운 세상을 엮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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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 수공예 수업을 하기 전에 함께 읽는 시를 적어 아이들이 만든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5) 수공예 작업이 경제활동에서, 또는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가서 수공예 수업을 했고,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판매는 재미 이상으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수업 안에서 급여의 형태로 돈을 받으니 이미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안 사고 만들어 쓴다는 것을 봐서도, 돈을 쓰지 않으니 경제활동이기도 하다. 이제는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같은 거창함은 없는데, 힘이 되는 만큼은 내가 만들고, 스스로 하자는 것은 여전하다. 농사짓는 것과 수공예는 비슷한 거 같다. 스스로 길러서 뜯어 먹고, 스스로 만들고 하는 것이 자기 삶에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 어떨 때는 기성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못 찾을 때가 있다. 눈에 차는 건 비싸고, 아닌 건 못 사고. 그래서 만들게 되는 경우다.

 

 

6) 수공예 작업물을 판매한다면 가격책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참 어려웠다. 만들다 보면 ‘이거 팔아야지’ 하다가, ‘이걸 얼마로 하지’ 하다가, ‘그냥 팔지 말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겨울에 나무 단추를 많이 만들었다. 아이와 나의 산책 가방을 만드는 데에 써보자, 해서 만들었는데, 만들다 보니 예뻐서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에 팔아야 하나?’ 하면서 검색을 했더니 좌절했다. 비슷한 수공예 제품의 가격을 보고 좌절. 나는 ‘2,500원에서 3,000원 선으로 팔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단추 하나에 15000원까지 보았다. 적정한 가격이란 무엇일까. 내가 투입한 시간과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이 가격인데, 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퀄리티에는 맞는 것인가. 시장조사와 내가 들인 품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 접점을 찾은 후 산내 가격, 공동체 가격으로 인하를 해야 한다.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얼마면 적당한 거 같아? 얼마면 살 거 같아?” 라고.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세상에서 어떤 것을 정성스레 만들고, 같이 사용하고, 기억해주는 것이 좋다.

 

들꽃4.jpg

(사진 4 : 수업에서 함께 만든 수저 주머니와 인형들)

 

 

 

7)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불필요한 것을 재생산하고 싶지 않은 마음. 수업으로 구현했을 때, ‘만들었는데 버려지는 물건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또한 쓸모를 다 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 해가 되지 않는 물건이었으면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한편으로는 수업에서 실용적인 물건만 많이 만들었다. 도시락 주머니, 수젓집 같은 것들. 어느 날 아이들이 못생기고 작은 인형을 만들고 행복해하는 걸 보면서, 수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구현해야 하는 것에 집착했는데, 아이들의 허술한 어떤 기술로 뭔가를 만들어 내고는 아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물건이 구석에 처박히고, 곧 버려지더라도 이 행위 자체가 의미 없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아름다움과 쓸모가 같이 가면 좋은데, 무용한 것을 생산해 내는 것을 너무 내가 경계하나? 그런 생각도 한다.

 

 

8) 다른 수공예 작업자와 콜라보를 한다면 어떤 상상을 해볼 수 있을까요?

 

산내면에 있는 ‘피어나’ 공방에서 나무 단추를 쓰고 싶다고 했다. 어디에 쓰일 무언가의 단추를 납품(?)한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나하나의 가격 책정은 힘들지만, 작업물들이 모여져 있을 때의 시너지가 있으니까. 다른 마켓에 가면 수공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싶다. 각각의 수공예품이 함께 있는 편집샵 같은 것.

 

 

9)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지치지 않고 계속 작업해보는 것. 눈도 침침해지고, 손도 떨리고 그러는데 그래도 조금씩 계속,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하는 것. 내가 만들어둔 무언가가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낡아져 가는 걸 보는 것이 기쁘다. 2007년에 만든 생리대를 아직도 쓰고 있는데, 이것을 완경 때까지 쓴다면 참 놀라울 것 같다. 그 물건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세상에서 어떤 것을 정성스레 만들고 같이 사용하고 기억해주는 것이 좋다.

 

 

 

들꽃5.jpg

(사진 5 : 깎아 만든 나무단추들)

 

 

조사/인터뷰 | 조회은

사진 제공| 들꽃

편집 | 누리

 

인터뷰 일자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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