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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 #5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확실한 한 조각 - 직조 작업자 조회은

by 운영자 posted Feb 16, 2021

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 <듣는 자리>


 

[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는 2020년 상반기 작은조사 지원사업으로 지원한 조회은 님의 '우리동네 수공예작업자들로부터 <듣는 자리>' 사업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남원시 산내면에서 직조 공방을 운영하며 수공예 작업자로 살고 있는 조회은 님은 주변의 다른 작업자들은 어떻게 삶을 꾸리고 있는지, 작업이 경제활동에 보탬이 되는지 호기심이 생겨서 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수공예작업자들이 조사자의 '우리동네'인 남원시 산내면에 살고 있는지 알아보고, 작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2020 상반기 일반공모지원사업 (작은조사 부문) 선정 대상입니다.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확실한 한 조각

직조공방 '목화로부터'의 조회은 씨를 만나다

 

 

장흥의 시장에서 베틀 시연을 난생 처음 본 날 그 자리에서 베틀을 하나 주문했다.

 

조회은 (2).JPG

(사진 1 : 조회은 씨가 공방에 놓인 베틀 앞에 앉아있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름은 조회은, 별명은 ‘작은나무’다. 올해 42세가 되었다. 2007년에 산내로 이사를 왔다가, 2013년부터 2017년 11월까지 다시 도시에 나가서 살다왔다. 그때 직조를 만났다. 전라도 광주에 살던 2014년에 직조를 처음 알고 시작했다.

 

 

2) 어떤 수공예를 하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직조를 하고 있다. 실과 실을 엮어 직물을 만드는 그 직조. 때는 2014년 봄이었는데, 전남 장흥에 귀농귀촌자가 중심이 되는 ‘마실장’이라는 게 열린다는 것을 들었다. 마실장의 기념일 같은 날이라 볼거리가 많았고 사람들도 많았던 편이었다. 공장 한 켠에서 아저씨 두 명이 앉아서 베틀 시연을 하고 있었다. 민속촌에 놓여있는 베틀이 아니라, 도구를 가지고 실제로 직조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원래 그리기, 만들기 같은 수공예작업들을 좋아했는데, 직조는 뭔가 창조적이면서 전문적으로 보였다. 실을 엮어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너무도 좋아보여서, 그 자리에서 베틀을 하나 주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저씨 둘 중 하나는 적정기술 전파자(?)인 김성원, 나머지 한명은 해남에서 소목을 하고 있는 목수 남이세일씨였다. 

 

주문해 둔 베틀을 찾으러 갔는데, 잠깐 듣고는 직조를 어떻게 하는지 통 알 수 없었다. 나중에는 유튜브를 보더라도, 한번쯤은 곁에서 제대로 배워야 알 것 같았는데, 김성원씨가 당시 직조워크샵을 몇차례 기획했다. 워크샵 때마다 신청해서 배웠다. 다녀올 때마다 베틀이나 도구가 하나씩 더 생겼다. 그러다가 이태리에서 공부하고 온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그때에 한달 두 달을 배웠는데, 그 때 제대로 기초가 잡혔다고나 할까? 그 때는 도시에 살고 있어서 배울 기회가 더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는 2016년부터 1년 정도 친구의 작업실에 베틀을 가져다 두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세 명 정도가 쓰는 공유작업실에서 약간의 월세를 내고 작업실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베틀에 직조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해버릇하지 않으면 까먹어서 늘지가 않는다. 그 때 아주 많이 늘었고 더욱 재미를 알게 되었다. 또 직조를 하면서부터 소규모로 수업도 시작했는데,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더 많이 늘었다. 2017년 11월에 다시 산내로 이사와서 이듬해에 직조공방을 열었다.

 

 

물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수업을 나가는 편이 훨씬 경제활동에 도움이 된다.

 

조회은 (1).JPG

(사진 2 : 직접 짠 티 코스터를 두 손에 모아 들고 보여주고 있다.)

 

 

3) 작업공간, 또는 판매공간은 따로 있나요?

 

산내면 대정리에 독립된 작업공간이 있다. <목화로부터>라는 간판을 달고 2018년 4월에 문을 열었는데, 주로 혼자 놀고 아주 가끔 수업을 한다. 혼자 놀면서 짠 직물을 팔아야 하는데, 아까워서 못 팔겠더라. 내 노동력에 재료비를 생각하면 팔수가 없어서 가끔만 팔고, 주로 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월세를 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서 다행인데, 정말 혼자 노는 작업실이다. 판매할 것도 없고 판매장도 없었는데, 2020년 5월에 책과 잡화를 파는 공간을 마련해서, 거기다가 팔 만한 직조작업물을 몇 개 가져다두었다. 웹사이트는 따로 없고 인스타그램(바로가기)을 하는데, 이게 공방 계정인지 내 삶을 이야기하는 계정인지 애매하게 다 섞어서 운영하고 있으므로, 홍보하는 인터넷 수단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4) 수공예품을 어떤 방법으로 알리고 있나요?

 

안 알린다! 어쨌든 2014년부터 직조를 시작했고, 산내에 돌아오기 전에 이곳저곳에서 수업을 한 게 있어서, 물어물어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그런 자리가 있으면 간다. 물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수업을 나가는 편이 훨씬 경제활동에 도움이 된다. 물품은 아까워서 못 팔고, 사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 그리고 한때 직조에 빠져 있던 김성원씨가 지금은 공간, 놀이터에 빠져 있어서 직조수업 문의가 들어오면 나를 소개해준다. 그래서 인연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전북 장수군에서 베틀에 총 7회의 수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마을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 수공예수업도 3년째 하고 있다.

 

전시는 한 번 해봤다. 하동 악양 쪽에서 아는 분이 카페도 하고, 뜨개와 자수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곳에서 봄과 가을에 지인들 중 솜씨 있는 사람들과 함께 전시를 한다. 2019년 봄에 사흘 정도 함께 했다. ‘성평등전주’ 라고 하는 단체의 개관행사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직물을 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었다. 베틀이 주는 아우라도 있고, 씨실과 날실을 참가자들과 함께 엮어 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직조가 ‘내 삶의 전부야, 대부분이야’ 라고 하기에는 관심 있는 다른 것도 너무 많다.

 

조회은 (3).JPG

(사진 3 : 공방 한켠에는 알록달록한 실패들이 나란히 늘어서있다.)

 

 

 

5) 수공예 작업이 경제활동에서, 또는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지금은 남편이 급여생활자여서, 내가 하는 여러가지 활동이 경제활동으로 비중을 따질 만한 게 안된다. 그래도 따지자면 내 용돈으로 쓰거나 혹은 재생산 가능한 재료, 즉 실을 살 정도는 되니까 ‘지속 가능한 작업’은 된다는 정도인데, 먹고 사는 데에는 하등 도움을 못 준다. ‘3만엔 비즈니스’처럼, 직조로 30, 책방으로 30, 민박으로 30 이런 식으로 월에 백 만원 정도 벌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안 된다.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면, 전체를 100으로 볼 때에 직조에 25, 책방에 25, 민박에 10, 나머지 40은 함께 하는 삶과 활동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 정도다. 직조가 아주 좋은데, 그렇다고 뭐 ‘내 삶의 전부야, 대부분이야’ 라고 하기에는 관심 있는 다른 것도 너무 많다. 

 

 

 

6) 수공예 작업물을 판매한다면 가격책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너무 어렵다. 대중없이 한다. 인터넷으로 비슷한 작업물의 가격을 찾아보기도 하고, 내가 소비자라면 살 것 같은 가격인지 가늠해 보기도 한다. 어쨌든 울이나 린넨처럼 약간 가격이 있는 재료를 사용한 경우에는 결과물도 다른 가격으로 팔아볼까, 싶지만 그러면 아무도 안 살 것 같다.

 

티매트, 티코스터, 작은 가방 같은 소품들은 팔아봤다. 가격책정이 가장 어렵다. ‘남미나 동남아 작업자들의 작업물이 구매하기에 부담이 적은 가격대로 팔리고 있고 퀄리티도 좋은데, 내가 책정한 가격으로 내 직물을 사줄까?’ 하는 뭐랄까, 자신감 없는 마음도 있다.

 

 

 

실을 걸고, 짜는 반복작업 속에서 고요해지는 창작의 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조회은 (4)-side.JPG

(사진 4 : 공방 한 켠을 장식한 자투리 실뭉치와 조각 천들의 모습)

 

 

7)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짠 직물 그대로가 어떤 제품이나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이걸 어떻게 다듬고 재가공해야 더 가치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직조를 하는 것이 나에겐 명상이기도 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게 참 좋은데, 학교나 체험자들은 짧은 시간내에 결과물이 나오는 수업을 더 선호한다. 직조는 실을 걸고, 짜는 반복작업 속에서 고요해지는 창작 작업인데, 그런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방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민박과 직조를 겸하는 2박 3일짜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8) 다른 수공예 작업자와 콜라보를 한다면 어떤 상상을 해볼 수 있을까요?

 

베틀과 손으로 짠 직물은 어떤 소재와도 다 잘 어울린다. 어떤 식으로든 재가공하면서 소재를 더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여러 종류의 수공예품과 함께 선물세트처럼 팔아봐도 좋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아직은 생각만 하는 수준이다. 마을의 수공예 작업자들과 함께 하나의 주제를 두고 주제로 각자의 작업물들을 만들어 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전시로 이어지면 좋겠고. 

 

 

9)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지금처럼만 재미나게 살아서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아직 40대라서 할머니가 되려면 요즘 같은 세상에선 지금까지 산 만큼 더 살아야 한다는 약간의 두려움과 지겨움(?)은 있다.

 
 
 

조사/인터뷰 | 조회은

사진 | 임현택

편집 | 누리

 

인터뷰 일자 2020.07.25

※서면 셀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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