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리산활동백과] #8-2 인스타그램을 물들이는 주황색 목소리들 - 지리산미안해 프로젝트

by 운영자 posted Oct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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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물들이는 주황색 목소리들 

 

지리산 산악열차에 반대하는 사람들 (2)

<지리산미안해 프로젝트> 기획자 의 이야기 

 

인터뷰 / 누리

*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리산미안해_1.jpg

(사진1 : <지리산미안해 프로젝트>의 인스타그램 계정. 클릭하면 인스타그램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이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SOS를 보내고 싶을까요?  

 

 

누리 : SNS를 이렇게 주된 도구로 활동하는 시민운동은 아직 지역 사회에서 보기 드문 것 같아요. 캠페인의 장으로 인스타그램을 선택하고 댓글운동, 포스터 붙이기, 핸드사인운동을 구체적인 액션으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 : 지리산이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SOS를 보내고 싶을까요? 바로 자신을 아껴준, 자신을 보러와 준,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사안을 알리고 도움을 받고 싶을 거예요. 가장 먼저 달려와 줄 친구들이라 믿을 거구요.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 중 하나가 등산이에요. 그렇게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준다면 가장 큰 확장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보다 큰 기회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등산을 하는 ‘산린이’들과 ‘산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인스타친구'들의 적극성을 믿었습니다. 실제로도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로 이 소식이 퍼져가면서, 지리산 산악열차 공론화를 향한 길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댓글 운동은 ‘나 혼자가 아니야’, ‘우리는 함께하고 있어’라고 서로의 응원을 확인받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댓글은 온라인 상에서 누구나 쉽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도구니까요. 마찬가지로 포스터 붙이기 액션도 포스터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프라인 홍보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이고, 온라인 바깥의 실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에서도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시작했구요.

 

핸드사인 운동 같은 경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반대하는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시기에 온 몸으로, 시각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소방관 분들의 연상하는 주황색에서 착안하여 선명한 주황색 마스크를 만들고, 지리산을 연상시키는 산 모양의 핸드사인을 기획했습니다.

 

 

누리 : 인스타그램 계정은 몇 명이 어떻게 분담해서 운영하고 있나요? 준비와 진행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심 : 초기에 계정을 만들고 내용 전달 준비하는 시기에는 그림 그리는 친구 두 분, 디자이너 한 분의 도움을 받았고, 마스크 제작은 하동 송혜영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스타그램 운영자로는 악양에 잠시 귀향해있던 대학생 친구의 도움을 받았어요. 글과 사진 등의 콘텐츠는 지리산을 아끼는 산악회 친구분들과 지리산산악열차 대책위 최지한 선생님의 도움, 또 함께 하는 단체의 재능기부를 통해 채웠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의 운영은 먼저 말씀드린 대학생 친구가 첫 한 달 동안 지속적인 DM(주: Direct Message의 약자로 1:1 쪽지 기능을 말함) 관리 등을 매일 일과처럼 진행했고, 현재는 매주 1회 시간을 내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환경 운동이니까 다 재능기부 해야지!’ 와 같은 방식은 제가 생각하기에 오래갈 수 있는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포스터를 만들 때에 재능기부로 도움을 주시겠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사진 촬영을 담당하신 작가님 외에는 (극구 거절하셨습니다!) 모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재정적 도움으로 소박하지만 비용을 지불하였습니다.

 

다만, 재정적 지원에도 제한이 있다보니, 지속가능한 운영과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포텐’을 위해 자원을 아끼고 있습니다. 현재는 컨텐츠 제작과 업로드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하이라이트를 중심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끊임없이 DM을 보내 한 분 한 분에게 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 명의 운영자가 DM을 맡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이 운동에서는 스타터라, 포스터 디자인은 제 사비로 시작하였으며, 현재까지 어떠한 재정적 이익도 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지리산SOS_일러스트_3유정.png

(사진2 : 일러스트로 반대의 뜻을 표현한 그림작가 인스타그래머 @kkyujeong_)

 

 

반대의 목소리가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이번에는 그들의 목소리로 발화되는 놀라운 순간들

 

 

누리 : 저도 인스타그램 오픈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는데, 갑자기 팔로워 수가 늘어난 시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었던 걸까요? 프로젝트의 확산을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도 이야기해주세요.

 

심 : ‘산스타그램’을 운영하시는 인플루언서 분들이 포스터를 올려주시고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운동 소식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런 인플루언서 분들의 목소리를 지지하는 팔로워 분들이 또 저희 <지리산미안해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시너지가 났습니다.

 

 

누리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놀라웠던 경험이 있나요? 예를 들면 저는 지난주에도 뜻밖의 식당에서 포스터를 발견하고 반가웠거든요. '이렇게 먼 지역에서도 관심을 갖는다고?' 싶었다거나, 그런 지난 두달 사이에 그런 놀라움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심 : ‘교내활동잡지에 이 포스터를 싣고 싶다’고 고등학교 환경부 친구들이 DM 메시지를 주었던 때 같아요. 청소년들도 지리산이 뚫리는 것을 반대하고, 미안해 한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마음을 그들도 직접 표현하겠다고 연락을 한 일. ‘지리산 문제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때 저희 역시 뜻 깊었던 것 같아요.

 

<지리산미안해 프로젝트>를 통해 DM으로 도움을 요청드린 것이, 6명의 트레일러너와 6명의 하이커, 6명의 클린하이커 분들이 함께하는 SAVE THE JIRI 프로젝트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10월 30일부터 진행되는 이 활동에 많은 분들이 주목과 응원을 보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SAVE THE JIRI

(사진3 : SAVE THE JIRI 프로젝트. 클릭하면 인스타그램 내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아침마다 지리산 뒤에서 해가 뜨고,

그 해가 비추어 만들어지는 산 등선의 그림자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진 않은지.

 

 

누리 : 지리산 산악열차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 150억, 민자 1500억, 총 1650억원을 들여 건설될 예정인데요. 우리에게 하동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1650억원이 있다면,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심 : 정혜윤 작가님의 <아무튼 메모>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홋카이도로 불곰 투어를 간 일이 있다. 불곰을 보는 여행이 아니라 불곰을 보면 안 되는 여행이어서 이 여행은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불곰의 대변, 불곰이 부러뜨린 나무, 불곰이 오른 나무,  불곰의 모든 흔적을 보고 불곰이 살아있음을 뛸 듯이 기뻐하면 된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귀신고래는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떡하니 모래사장에서 햇살을 즐기던 야생동물인데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외뿔고래들이 싸우는 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정말이지 그런 게 있는 세상이 그런 게 없는 세상보다 훨씬 좋다고. 저는 이 대목에서 마음이 멈추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1650억을 들여 할 수 있는 있다면,  지리산 산악열차를 찬성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병원이든, KTX든 사람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떠올렸고, 지금은 참 부끄럽습니다. 1650억을 써야 한다면, 생명을 죽이는 일이 아닌 살리는데 쓰는 것이 오래도록 우리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본질이라 생각하며,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는 지리산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훗날 지역경제에도 가장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만 고려하여 답변을 드린다면 관광객 유치만큼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에 실거주할 인력들' 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할 역량과 기술이 있는 마케터, 개발자, 디자이너와 같은 인력이 일시적으로 제공되는 외부의 도움이 아니라 해당 지역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지역에서 이뤄지는 스카우트제’인 거죠. 일본의 가미야마 마을에서 지역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실제 진행했던 사례가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누리 : <지리산미안해 프로젝트>의 기획자로서, 하동 주민으로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반대와 찬성의 흐름을 뒤로 하고, 지금의 지리산을 매일 매일 오랫동안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아침마다 지리산 뒤에서 해가 뜨고, 그 해가 비추어 만들어지는 산 등선의 그림자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진 않은지, 지금도 충만하지 않은지. 그곳에 빨대처럼 기둥들이 꽂히는 것이, 그 기둥들이 보내는 그림자가 마을에도 곧 드리울텐데, 그리고 다시는 바꿀 수 없을텐데 정말 괜찮으신지.

 

주변의 권유와 바로 옆 사람의 소리에는 잠시 귀를 닫아보시고, 오직 지리산과 내 마음만 보시면 좋겠습니다. 지리산이 뚫려야만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진심으로 스스로 그렇게 결정하신 것인지요. 지리산이 유일한 서식지인 동물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없는지, 가장 본능적인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기획/진행 |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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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이웃, 우리 지역의 변화를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모임'을 이루고, 함께 고민하고 행동한다. 이 모임들의 활동은 비슷한 바람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확장되기도, 안정적으로 함께 활동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물리적 '공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센터도 이제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저희가 활동을 하면서 지켜본 대로, 지역에서 생겨나는 변화의 흐름을 단순화하면 이런 모양이 될 것 같습니다. 2020년에는 그렇게 각각의 변화의 요소들을 품고 있는 지리산 사람들을 만나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 들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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